[이색 한의원을 찾아서②]전국 유일 SI 기법으로 골프 클리닉 운영하는 이정구 한의사
'새로운 분야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
'애초에는 골퍼들의 비거리 향상을 주목적으로 개설했는데 실제로는 골프를 치면서 생긴 통증 치료 환자가 더 많습니다. 하하하'
특정 질환을 주제로 집중 치료를 실시하는 클리닉이 한의원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그 중 골프를 주제로 한 독특한 클리닉을 개설한 한의원이 있다. 청주에 위치한 태양한의원이 바로 그곳. 태양 한의원 이정구 원장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SI기법을 도입한 골프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SI기법은 인체가 가지고 있는 직류 전류 흐름을 이용, 인체의 특정 경혈이나 지점을 자극하는 비침습 치료법으로서 양극과 음극으로 나눠져 전기를 넣지 않아도 전류가 발생하는 압봉(Tri-on)이 주 치료 도구다. 거기에 침·뜸·부항·한약 요법이 더해져 비거리와 정확도를 늘리고 골프로 인한 통증을 치료한다.
원래부터 다방면에 호기심 많고 도전정신이 강했던 이 원장은 2007년 우연히 SI기법을 접하고 나서 그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처음에는 중풍 치료에 SI기법을 사용했는데 뇌출혈이 7군데나 발생한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는 것을 보고 SI기법의 치료 효과에 확신을 갖게 됐다. 골프 클리닉을 열게 된 건 이를 어떻게 다른 분야에 응용할까 고민하던 차에 나온 아이디어였다.
'우리 몸의 근육은 적근(red fiber:赤筋)과 백근(white fiber:白筋)로 구분됩니다. 적근은 뼈 가까이 붙어 자세를 유지하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동작을 도와줍니다. 지구력과 관련된 근육으로서 유산소 운동을 할 때 주로 사용되죠. 백근은 체형을 만들어내는 근육으로서 순간 파워를 내는 순발력에 영향을 미쳐 무산소 운동시에 쓰입니다. 보디빌더나 역도 선수들은 백근이, 마라토너들은 적근이 발달해 있습니다. 여기서 비거리를 향상시키려면 순간적인 힘을 내는데 사용되는 백근 근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죠.'
.JPG) 이 원장은 우리 몸의 근육, 신경 등의 인체의 해부학적 구조와 원리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여기에 한의학적 방법을 접목했다. 경락 방향으로 근육에 자극을 가하면 강화되고 반대로 하면 이완되는 점을 응용해 골프 클리닉의 각종 요법들을 디자인했다. SI기법은 골프로 인해 뭉친 근육은 이완시키고 약해진 근육은 강화해 스윙시 안정된 자세를 잡아준다. 어깨· 허리·무릎·손목관절의 통증을 해소하고 기혈의 순환을 촉진시켜 근육을 최상으로 유지하는 것은 침 요법의 주된 역할이다. 어혈과 독소를 제거하는 부항 요법과 근육 강화·혈액순환 촉진에 효과가 있어 비거리 향상에 도움을 주는 뜸 요법도 사용한다. 보중익기탕, 공진단 등을 이용해 처방하는 한약 요법은 기혈을 보하고 정신을 안정시켜 라운딩에서 안정감과 자신감을 더해준다는 게 이원장의 얘기다.
클리닉 초기에는 프로 골퍼를 꿈꾸는 고교 후배들에게 정기적으로 SI 기법을 시술해주면서 서서히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이후 입소문을 타면서 서울에서도 환자가 방문하기 시작했다.
사실 골프 클리닉의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몸 안 곳곳의 근육 하나하나를 살피면서 잡아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시술 시간이 긴 편이다. 골프 치는 날짜가 유동적인 경우가 많아 환자들이 한의원 방문 시간을 맞추기도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비거리를 늘리는 쪽보다는 잘못된 자세와 무리한 근육 사용으로 통증이 생긴 부위를 치료해주는 쪽으로 클리닉의 운영 방향이 조금 바뀐 상태다.
'돈 내고 비거리를 늘리겠다는 사람이 많진 않습니다. 제가 적극적으로 골프 클리닉을 홍보할 여유가 없기도 하고요. 하지만 골프클리닉을 거친 사람들은 효과 만점이라며 정말 만족해합니다.'
이 원장은 사실 골프를 치지 않는다. 물론 시간이 없어서 못 친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환자들이 '비거리가 얼마냐 나가냐'고 물을 때 가장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이 원장은 과학적인 방법과 한의사로서 축적된 경험을 살려 비거리 향상과 통증 치료 면에서 환자들의 인정을 받고 있다. 언젠가 여유가 된다면 골프도 직접 배우고 레슨 코치와도 연계해 제대로 된 골프 클리닉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꿈도 꾸고 있다.
'한의사와 골프 코치와 결합해 근육과 자세를 동시에 잡아주면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골프 선수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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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한의사 동지들이 늘어났으면'
태양 한의원은 청주에서 새로운 분야 개척에 제일 앞장서는 한의원으로 알려져 있다. SI 기법을 받아들인 것부터 시작해 한방 아토피 무료 치료사업을 벌이는 한편, 지난 여름에는 주요 혈자리에 붙여 면역기능을 강화하는 삼복첩까지 도입했다. 최근엔 한약을 이용한 천식 같은 난치병 치료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SI 기법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와 더불어 청주 지역 한의사들의 모임인 중경 연구회 활동도 이 원장의 주요 일과 중 하나다. 다양한 활동으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이 원장은 원래 법학을 전공한 법학도였다 26살 때 다시 한의대로 진학했다. 건강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자연스럽게 의학 계열로 관심이 가게 됐다고 한다. 한의원 개원 이후에는 침·뜸 등 전통적인 치료법을 사용하는 것 외에 한의학의 영역을 넓힐 수 있는 부분에도 도전해 왔다. 삼복첩도 그 일환. 임상에서의 감기 예방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가족에게 시술해 본 후 환자에게 시술을 시작했다.
타미플루의 원료 물질이 팔각회향에서 추출된 것처럼 한방에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이 숨어 있다는 게 이원장의 지론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천연물 신약 개발을 중요한 국가 신성장 산업으로 인식,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데 한약이야말로 바로 그 천연물의 보고라는 것. 이 원장이 신약 개발에 뛰어든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이는 결국 한의학의 파이를 키우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숨기지 않는다.
'한의사분들이 실험 정신을 더 많이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것이 있으면 일단 한번 가족을 대상으로라도 실험해 보는 등 도전해 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의원 경영이 어렵다고만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한의학과 접목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데 앞장서는 한의사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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